[2003년 11,12월호] 귀농일기 - 오선미(4기) :: 부산귀농운동본부(구-부산귀농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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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03년 11,12월호] 귀농일기 - 오선미(4기)

작성자: 사무국

조회: 2950 등록일: 200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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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내에서 사는 얘기 
                                                     오선미 (4기)    
  겨울입니다. 
저에겐 이곳에서 맞는 4번째 겨울입니다.  2000년 8월말에 실상사 귀농전문학교 5기생으로 입학해서 지금 이곳 주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이듬해 3월 생초로 혼자 귀농했다가 그해 9월 예나 아빠랑 결혼 준비하면서 이곳 실상사 주변지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마을에 집을 구해서 신랑이랑 우리 예쁜 나무 그리고 저 이렇게 재미나게 살고 있습니다. 
횟수로는 3-4년 되지만 실제 농사만으로 생활을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네요
  총 2500여평의 논. 밭에 상품으로 낼 것과 그냥 집에서 소비하기 위한 것으로 농사를 지어봤습니다.  하여 논 1500평에서 쌀(쌀겨농법)13가마 정도, 고사리 450여펑에서 건 고사리 70근 정도해서 부산환경련을 통해서 그리고 지인들 통해서 직거래를 처음 해보았고, 집에서 소비하기 위해 200여평의 밭에 콩을 심었고, 또 300여펑에 고추며, 옥수수며, 감자며, 고구마며, 수수, 호박, 당귀, 기장, 더덕, 도라지외 쌈류등 종류로는 수십 가지가 넘게 심어 직접 소비하기도 하고 조금 여유 있게 수확한 것은 팔기도 했고 겨우 종자로 쓸 수 있는 정도만 수확한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 
  쌀이랑 고사리는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아주 마음이 편안했구요, 그 외 다른 작물들 중에는 고추가 가장 잘 되었고 기대 이상으로 안된 것은 호박입니다. 
  참 상품으로 내려고 했던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곶감이었습니다. 그냥 된서리 맞은 감을 깎아서 매달아 놓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그리 하였는데 분도 나지 않고 햇볕을 많이 쫴서 그런지 시꺼멓게 되버렸습니다 
  물론 맛은 정말 좋아요, 하지만 상품으로 내기엔 좀 내키지 않아서 올해는 그냥 집에서 소화하기로 했습니다. 광고까지 했는데 약속을 못지켜 죄송합니다.
  내년엔 쌀이랑 고사리와 더불어 고추도 낼 생각입니다. 물론 곶감도 내야겠죠 (약간 자신은 없지만 노력해 볼께요, 깎아서 매달아만 놓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 비쌀까 했더니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외 술담그기와 황토염색을 해보고 싶어요, 애 아빠는 대장간 일을 하고 싶어한답니다.  여기 실상사 주변에는 농사 외에도 염색, 효소, 꿀 등등 다양한 것을 많이 하고 있어요. 
또한 옆에서 보고 배울 기회도 그만큼 많구요
  제가 부업으로 택한 건 황토염색입니다. 황토로 염색한 천 또는 옷은 힘이 좀 많이 들긴 하지만 다른 염색보다 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아주 요긴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황토를 숙성시키고 있구요.  내년 고사리 철이 끝나면 7월달 부터 본격적으로 황토염색을 해 볼까 합니다.
현재 저희 마을에서도 황토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감으로 염색을 하고 있고 실제 스카프나, 황토매트등을 판매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저희 마을은 아니지만 인근에서 감물들인 천과 황토매트만을 다루는데도 있구요. 유통을 대부분 서울쪽으로 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더라구요. 부산을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원고 청탁을 받고서야 ‘부산을 떠난 지 참으로 오래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밤을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훌쩍 4년여의 시간이 지나있었더라구요.  지금도 교육받은 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인데 막상 글로써 무언가를 정리하고자 하니 참으로 많은, 참으로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음을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다 그냥 가장 최근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도법스님이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진리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저 역시도 그리 생각하여 가장 최근의 모습, 그것도 우리모습만을 담아냈습니다.

귀농해서 여러 가지가 다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귀하게 얻은 것은 저 스스로가 매우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소중하기에 다른 사람도 소중하고, 그러기에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
  생명체이건 아니건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전 여기서 제 딸 예쁜 나무와 함께 다시 태아난 것입니다.

이쯤에서 인사드릴께요 건강하세요 모두 그리고 행복하세요

2003년 12월15일 지리산 산내에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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