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8월호] 텃밭일기 - 김옥선(13기) :: 부산귀농운동본부(구-부산귀농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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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04년 7,8월호] 텃밭일기 - 김옥선(13기)

작성자: 사무국

조회: 3146 등록일: 2008-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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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선암호 “귀농학교”
                                                 
                                                 김 옥 선 (13기)

언제부터인지 양산 생명 텃밭엘 가고 싶었다.  저번 8월 14일에 한번 갔다 오고나서 그냥 여러 선배님도 그립고, 우리 13기생도 그립고, 친구도 그리워서......
내가 텃밭을 향하는 코스는 LG마트 건너편에서 12번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리면 내가 가고자하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모래불 버스정류소에 도착한 후, 어둠 속의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으스스해서 SOS로 무전을 쳤다.

무전기의 대화내용은 이렇다 A) "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
B) " 알았다 " 그것으로 무전기의 대화는 끝이었다
으스스한 어둠 속에서의 불빛은 오로지 자동차 불빛뿐 이였다
한 5분을 그렇게 기다리니 건너 쪽에서 검은색 승용차가 깜박이 신호를 보낸다
난 무의식적으로 그 깜박이가 나를 부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깜빡거리는 신호를 보고 내가 큰소리를 쳤다 
"내가 그리로 갈까요 "
그러나 깜빡이는 계속 깜빡거릴 뿐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조금을 기다리니 교통위반 회전을 해서야 내앞에 선 승용차가 유리문을 내리며 접선암호를 던졌다 
" 귀농학교 "  나도 응답했다  " 예 귀농학교 "

우리의 접선암호는 아무도 가르켜주지않았지만 까다로운 신분증 확인 없이도 그냥 "귀농학교" 한마디로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통했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내가 텃밭을 간다고 하면 억세게 일이나 많이 하고 온 줄 알고 있다
사실은 난 텃밭에 가면 오히려, 텃밭에 있는 양식을 축을 내고 온다
텃밭 일은 다른 사람들이 다하고 나면, 오후 늦게 가서 라면 외에 과자, 막걸리 등등 그곳에 있는 양식을 줄여놓고, 그것도 모자라 그곳에서 나는 작물들을 수확해 온다
수확한 채소를 집에 가지고 오면 우리 집 모친은 반가와 하신다

오늘은 왕언니가 다 다듬어놓은 대파랑, 서국장님과 윤고문님 두분께서 사이좋게 손질해주신 어린 깻잎도 한아름 싸 주신다
텃밭에 갔다왔다고 자랑도 할겸, 우리 아파트 13층 아줌마에게 얻어온 대파를 반으로 나눠줬더니 이 비싼 대파를 많이 준다고 좋아라하기에 몇 뿌리 더 주었다
주고나서 5층인 우리 집에 와서 우리 집 모친에게 대파이야기를 했더니 나를 나무라신다
대파가 얼마나 비싼데 그것을 남을 먼저 주고 왔다고 야단이시다
어린 깻잎의 향은 참으로 찐했다, 우리 부산귀농학교 동문의 진솔된 마음의 향기처럼 찐하게 울려 퍼졌다,

가마솥에 물을 끓이기 위해 불타는 나무 냄새가 참으로 좋았다
어둠 속을 가르며 나무 타는 연기는 바람을 따라 잡고,
우리의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는 마주치는 술잔과 함께 하고 있었다

농장주이신 박재철님은 항상 웃으면서 힘든 일을 다하신다
라면도 오늘 직접 끓이신다.  저번에는 권인근님이 물을 끓여 방아잎을 넣고 된장을 넣고 맛있었는데 오늘은 라면에 대파랑, 빨간 고추, 파란고추를 넣고 얼큰하고 맵사그리하게 끓여 오늘의 라면 맛도 일품이었다.  송원형님은 맛있게 익은 김치를 집에 가지고 가신단다
부인이 직접 담은 김치가 더 맛있을 것인데, 언제부터인지 공처가 인듯하다.  오늘 접선 암호로 만났든 분은 14기로 등록이 하셨다니 참으로 반가웠다

생태뒷간 옆에는 배추씨앗을 심어두었단다.  묘종으로 키워서 밭에다 옮겨 심을 수 있게...... 낮에 권인근님이 오셔서 경운기를 직접 운전해가며 고생 많이 하셨다고....  
텃밭에 취사장도 만들고, 오두막도 만들고......
나도 텃밭에 가서 무엇인들 하나 만들어 놓고 와야겠는데 아직 확실한 구상이 잘 떠오르질 않는다 "김옥선표"를 하나 만들 기회가 언젠가는 와야 될텐데......

마지막으로 집앞까지 운전해주신 농장주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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