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6월호] 귀농일기 - 이남근(8기) :: 부산귀농운동본부(구-부산귀농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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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제목 : [2004년 5,6월호] 귀농일기 - 이남근(8기)

작성자: 사무국

조회: 2951 등록일: 200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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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사촌
                                                  이 남 근 (8기)

오전 일을 마치고 집 대문을 들어 설려는데 
옆집 할머니께서 미안한 목소리로 󰡒새양반󰡓하고 부르신다. 
편안한 호칭으로 불러달라고 아무리 권해도 손사래 하시면서 여전히 그대로 호칭하신다.

도시에 흩어져 있는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품삯 일을 다니면서 외롭게 사는데 언제 보아도 여전히 수줍음 잘 타시는 새각씨같은 어른이시다. 
자식들이 대처에서 교사 ,공군 비행기조종사 ,사업등 다들 일가를 이루고 사는데도, 놀면 뭐하냐 하면서 힘든 품일 을 잘도 다니신다.

이제는 할머니 목소리만 들어도 대충 나를 찾는 사연이 짐작이 간다. 
세탁기 아니면 물 펌프가 또 말썽을 부린 모양입니다. 
며칠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찾았을 터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리 못챙긴게 오히려 죄스럽기만 하다.  고장이라고 하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사소한 것일 터이니 간단하게 해결 될 것이다.

도시에 살면서 못 한개 제대로 박아보지 못하고 전등하나 바꿀 줄 모르다가 이곳에 와서 젊다고 무언가 좀 알겠지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이웃 어른들의 부탁이 꽤나 마음의 부담이 되었었다. 
그래도 어떠랴 일단 한번 보기나 하고 정 안되면 󰡒기술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하면 되겠지하고 용기를 내어보았다.

냉장고, 세탁기, 쌀 정미기, 물 펌프, 보일러, 전기밥통 등등 나를 거쳐간 대부분의 고장이라는 것이 코드가 절묘한데 숨겨져 빠져 있었다던가 (의외로 많다) 접촉불량이던가 아니면 과전류로 인하여 차단기가 내려가 있다든가, 상식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 이고 A/S를 요청할 정도로의 고장은 극소수이다. 
이제는 마을에서 제법 기술 좋다는 소리를 듣고 사는데 왠지 진짜 기술자가 보면 웃을 것 같고 이러다가 된통 밑천 드러날 것 같아서 조마조마 하기도 하다. ㅋㅋㅋ

시골이라는 데가 독거노인들이 대부분이라 조그만 문제에 봉착하여도 당황해 하시고 불편을 견뎌 내시다 한계상황이 이르러서야 어쩔 수 없이 부르는 수리요청에 출장비, 부품비, 수리비등 각종명목을 붙여서 왜 그리도 비싼지...... 
땡빛이 작렬하는 들에서 모진 노동을 견뎌내며 받은 피같은 품삯이 눈앞에서 날아가도 속수무책 일 정도까지 온 것 같다.

품삯이 싼 건지 다른 것들이 비싼 건지 
품삯을 주고받는 주체 역시 농민이다 보니 결국 농산물 가격이 싸다고 밖에 할 수 없는데 
정부에서는 무얼 하고 있나.........

선거 때가 되면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서라󰡓는 말을 강조하는 일꾼들은 많은데 농촌은 갈수록 공동화되고 피폐해진다. 
그런 정치일꾼들을보면 CF 버전으로 한마디 일갈하고 싶다. 
󰡒니-들이 농민을 알어-󰡓

대한민국 국민에서 그나마도 농민은 제외되는가 보다. 
오늘도 어디선가 불편함을 견디는 어른이 있을 게다.

2004년 6월 6일 속리산 기슭 원완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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